어느 산골 마을에 할머니와 초등학생인 손녀딸이 살고 있었습니다. 며느리는 일찍 세상을 뜨고 아들은 건설 현장에서 잡일꾼으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아들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려고 온종일 산으로 들로 다니며 나물을 캔 뒤 밤이 새도록 나물을 다듬어 다음 날 장터에 내다 팔았습니다.
어린 손녀딸은 할머니가 캐오는 산나물이 너무나 싫었습니다. 숙제하고 나면 할머니와 같이 손톱 밑이 까맣게 물들도록 나물을 다듬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손톱 밑의 까만 물은 아무리 박박 문질러도 잘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선생님이 상담 때문에 부모님을 모시고 오라고 했습니다. 모시고 갈 분은 할머니뿐이라 걱정이었습니다. 선생님이 할머니의 허름한 옷, 구부러진 허리, 손의 까만 물을 보는 게 정말 싫었기 때문입니다.
집으로 돌아온 손녀딸은 한참을 망설이다 말을 꺼냈습니다. "저, 할머니, 선생님이 내일 학교 오시래요." 할 수 없이 말하긴 했지만, 손녀딸은 할머니가 정말 학교에 오시면 어쩌나 했습니다.
다음 날 오후, 선생님의 부름을 받고 교무실로 갔습니다. 선생님은 할머니의 두 손을 잡으면서 손녀딸에게 말했습니다. "우리 가은이 할머니께 효도하려면 공부 열심히 해야겠다." 그 순간 손녀딸은 와락 눈물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선생님이 눈시울을 붉히며 잡고 있는 할머니의 손은 거북이 등처럼 갈라져 있었고 피가 흐를 듯 생채기로 가득했습니다. 할머니는 손녀딸이 할머니를 부끄러워한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침 내내 표백제에 손을 담그고 철 수세미로 박박 문질러 닦으셨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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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도 그런 할머니가 계셨습니다. 홀로 시골집에 살면서 간혹 찾아오는 손주가 '노인 냄새' 난다고 할까 봐 새벽부터 일어나 몸을 씻고 또 씻었던 그분. 당신 쓸 용돈 아껴두었다가 어린 손녀 호주머니에 몰래 넣어주며 과자 사 먹으라고 속삭이던 그분. 세상에서 내가 가장 예쁘고, 가장 자랑스럽다 말해주던 한 그분.
그렇습니다. 지금은 가슴에 묻어둔 이름, '할머니'... 당신이 계심으로 오늘의 내가 있습니다.
<출처 : http://cafe.daum.net/fateful-1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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