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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근 소년병의 일기
작성자 제천제일고 등록일 15.06.25 조회수 152
첨부파일

 

1950년 8월 10일 목요일 날씨 쾌청

 

어머니

나는 사람을 죽였읍니다.

그것도 돌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10여 명은 될 것 같습니다.

나는 4명의 특공대원과 함께 수류탄이라는 무서운 폭발 무기를 던져 일순간에 죽이고 말았습니다.

수류탄의 폭음은 나의 고막을 찢어버렸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귓속에는 무서운 굉음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어머니...

적은 다리가 떨어져 나가고 팔이 떨어져 나갔습니다.

너무나 가혹한 죽음이었습니다.

아무리 적이지만 그들도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더욱이 같은 언어와 같은 피를 나눈 동족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고 무겁습니다.

 

어머니

전쟁은 왜 해야 하나요?

이 복잡하고 괴로운 심정을 어머님께 알려드려야 내 마음이 가라앉을 것 같습니다.

저는 무서운 생각이 듭니다.

지금 내 옆에서는 수많은 학우들이 죽음을 기다리는 듯 적이 덤벼들 것을 기다리며 뜨거운 햇빛 아래 엎드려 있습니다.

적은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언제 다시 덤벼들지 모릅니다.

적병은 너무나 많습니다. 우리는 71명입니다.

이제 어떻게 될 것인가 생각하면 무섭습니다.

 

어머니

어서 전쟁이 끝나고 어머니 품에 안기고 싶습니다.

어제 저는 내복을 손수 빨아 입었습니다.

물내 나는 청결한 내복을 입으면서 저는 두 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어머님이 빨아 주시던 백옥 같은 청결한 내복과 내가 빨아 입은 내복 말입니다.

그런데 저는 청결한 내복을 갈아입으며 왜 수의를 생각해 냈는지 모릅니다.

죽은 사람에게 갈아입히는 수의 말입니다.

 

어머니

어쩌면 제가 오늘 죽을지도 모릅니다.

저 많은 적들이 그냥 물러 갈 것 같지는 않으니까 말입니다.

 

어머니

죽음이 무서운 게 아니라, 어머님도 형제들도 못 만난다고 생각하니 무서워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살아가겠습니다. 꼭 살아서 가겠습니다.

 

어머니

이제 겨우 마음이 안정이 되는군요.

 

어머니

저는 꼭 살아서 다시 어머니 곁으로 가겠습니다.

상추쌈이 먹고 싶습니다.

찬 옹달샘에서 이가 시리도록 차가운 냉수를 한없이 들이키고 싶습니다.

아! 놈들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다시 쓰겠습니다.

 

어머니

안녕! 안녕!

아 안녕은 아닙니다.

다시 쓸 테니까요.

.......... 그럼.........

 

 

 

 

* 추기 : 금년이 광복 70년, 분단 70주년이 되는 해이고 6월은 호국보훈의 달입니다. 오늘이 6월 25일, 동란 65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에게 여러분들과 나이가 비슷한 시절에 전쟁에 참여한 학도병의 편지를 소개해 드렸습니다.

이 일기는 1950년 8월 포항전투에서 숨진 소년병 이우근의 일기입니다.

안타깝게도 이우근은 국군 제3사단 소년 학도병으로 포항여중 앞 벌판에서 이 일기를 쓴 다음 날인 8월 11일 전사했습니다.

이 일기는 그의 주머니 속에서 발견되었고, 71명의 학도병은 전멸하고 말았습니다.

이 글은 어느 여군 정훈장교에 의해 기록되어졌고, 처음에는 수첩의 핏자국으로 인해 글씨를 알아보기 힘들었다 합니다. 이 일기는 71명 학도병의 이야기인 전쟁실화 포화 속으로의 소재가 되었습니다.

 

이 일기를 보면서, 전쟁의 참상을 보여주고 있고, 전쟁이 왜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회의감,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뜨거운 8월의 날씨에 어머니의 상추쌈, 시원한 냉수가 생각난다는 그 힘들음이 표현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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