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제일고등학교 로고이미지

나라사랑 통일교육

RSS 페이스북 공유하기 트위터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네이버밴드 공유하기 프린트하기
이우근 소년병의 일기
작성자 제천제일고 등록일 15.06.25 조회수 149
첨부파일

 

1950년 8월 10일 목요일 날씨 쾌청

 

어머니

나는 사람을 죽였읍니다.

그것도 돌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10여 명은 될 것 같습니다.

나는 4명의 특공대원과 함께 수류탄이라는 무서운 폭발 무기를 던져 일순간에 죽이고 말았습니다.

수류탄의 폭음은 나의 고막을 찢어버렸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귓속에는 무서운 굉음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어머니...

적은 다리가 떨어져 나가고 팔이 떨어져 나갔습니다.

너무나 가혹한 죽음이었습니다.

아무리 적이지만 그들도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더욱이 같은 언어와 같은 피를 나눈 동족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고 무겁습니다.

 

어머니

전쟁은 왜 해야 하나요?

이 복잡하고 괴로운 심정을 어머님께 알려드려야 내 마음이 가라앉을 것 같습니다.

저는 무서운 생각이 듭니다.

지금 내 옆에서는 수많은 학우들이 죽음을 기다리는 듯 적이 덤벼들 것을 기다리며 뜨거운 햇빛 아래 엎드려 있습니다.

적은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언제 다시 덤벼들지 모릅니다.

적병은 너무나 많습니다. 우리는 71명입니다.

이제 어떻게 될 것인가 생각하면 무섭습니다.

 

어머니

어서 전쟁이 끝나고 어머니 품에 안기고 싶습니다.

어제 저는 내복을 손수 빨아 입었습니다.

물내 나는 청결한 내복을 입으면서 저는 두 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어머님이 빨아 주시던 백옥 같은 청결한 내복과 내가 빨아 입은 내복 말입니다.

그런데 저는 청결한 내복을 갈아입으며 왜 수의를 생각해 냈는지 모릅니다.

죽은 사람에게 갈아입히는 수의 말입니다.

 

어머니

어쩌면 제가 오늘 죽을지도 모릅니다.

저 많은 적들이 그냥 물러 갈 것 같지는 않으니까 말입니다.

 

어머니

죽음이 무서운 게 아니라, 어머님도 형제들도 못 만난다고 생각하니 무서워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살아가겠습니다. 꼭 살아서 가겠습니다.

 

어머니

이제 겨우 마음이 안정이 되는군요.

 

어머니

저는 꼭 살아서 다시 어머니 곁으로 가겠습니다.

상추쌈이 먹고 싶습니다.

찬 옹달샘에서 이가 시리도록 차가운 냉수를 한없이 들이키고 싶습니다.

아! 놈들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다시 쓰겠습니다.

 

어머니

안녕! 안녕!

아 안녕은 아닙니다.

다시 쓸 테니까요.

.......... 그럼.........

 

 

 

 

* 추기 : 금년이 광복 70년, 분단 70주년이 되는 해이고 6월은 호국보훈의 달입니다. 오늘이 6월 25일, 동란 65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에게 여러분들과 나이가 비슷한 시절에 전쟁에 참여한 학도병의 편지를 소개해 드렸습니다.

이 일기는 1950년 8월 포항전투에서 숨진 소년병 이우근의 일기입니다.

안타깝게도 이우근은 국군 제3사단 소년 학도병으로 포항여중 앞 벌판에서 이 일기를 쓴 다음 날인 8월 11일 전사했습니다.

이 일기는 그의 주머니 속에서 발견되었고, 71명의 학도병은 전멸하고 말았습니다.

이 글은 어느 여군 정훈장교에 의해 기록되어졌고, 처음에는 수첩의 핏자국으로 인해 글씨를 알아보기 힘들었다 합니다. 이 일기는 71명 학도병의 이야기인 전쟁실화 포화 속으로의 소재가 되었습니다.

 

이 일기를 보면서, 전쟁의 참상을 보여주고 있고, 전쟁이 왜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회의감,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뜨거운 8월의 날씨에 어머니의 상추쌈, 시원한 냉수가 생각난다는 그 힘들음이 표현되고 있습니다.

이전글 제헌절에 태극기를 게양합시다.
다음글 6.25바로 알기!